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얼마 전 블로그에 탄핵 관련글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릴 때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도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부패한 수구 세력에 의한 탄핵을 찬성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그려려니 하고 읽어내려갔는데, 그 중 ‘고용허가제’를 이른바 ‘치적’으로 거론하는 글을 보고 아주 황당해 한 일이 있다.(기막힌 것으로는 ‘경제 특구’도 있었지만 일단 넘어가자.;;)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명동성당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그들의 주요 요구 중 하나가 바로 ‘고용허가제 철폐’이다. 노무현 정부가 기업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고용허가제를 이들이 왜 반대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이 아니라 사업주의 이주노동자 고용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주에게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대우를 받아도 직장을 옮길 수 없다. 그랬다간 바로 단속 추방이다. 사업주에게 잘못 보여 해고라도 당하면 역시 단속 추방이다. 1년 단위의 계약직으로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단속 추방 대상이 된다. 그래서 근로 조건은 점점 낮아지고, 인격적인 모독이나 폭행에도 항의할 수가 없다.
고용허가제로 일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미등록 상태로 되는 것을 감수하며 사업장을 뛰쳐나오는 것은, 고용허가제가 보호의 허울을 뒤집어 쓴 채 인권을 무시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30만 이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싼 값의 노동력을 원하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의 ‘보호’가 아닌 효과적인 ‘통제’를 위한 제도일 뿐이다.
정부에서 가스총과 그물총을 동원한 ‘인간 사냥’으로 대대적인 단속 추방을 벌이고 있지만, 절대로 모든 이주 노동자들을 단속하여 추방하지는 않는다. 통제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주로 인간다운 대접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본보기로 삼는다. 꼬빌 비두, 자말, 깨비, 헉스, 샤말 타파… 이들은 인간으로서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다 단속당하고, 강제 추방당한 이주 노동자들의 아주 작은 일부이다.
이들은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는 가운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차가운 겨울을 보냈다. 탄핵 정국 속에 이들의 요구는 또다시 묻혀버리고 있다. 이 봄, 총선의 열기 속에 그나마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마저 다시 한 켠으로 밀려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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