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논의가 한창일 때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공휴일도 많은데 일은 안 하면서 돈만 받아가려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곤 했다. 복잡한 날짜 계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나 뻥이다.;;
국경일과 명절이 빨간날로 표시되는 것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휴일에 대한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 이 날을 휴무로, 더군다나 유급 휴일로 할 의무는 전혀 없다. 물론 회사 규정이나 노사간 합의에 의해 휴일로 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국경일과 명절을 모두 휴일로 챙겨먹는 경우는 1/3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빨간 날이란 법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휴일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그저 관공서가 문닫는 날일 뿐이다. 빨간날이 법적으로 유급휴일로 보장되어 있는 경우는 오로지 “노동절” 하루 뿐이다. (물론 노사간 합의(?)에 의해 쉬지 않고 일할 수도 있다.;;)
선거일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일은 이른바 “임시 공휴일”이다. 이것 역시 실제 의미는 관공서가 문닫는 날일 뿐, 민간 기업에서는 유급은 커녕 무급으로라도 휴무일로 정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사실상 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많은 수의 기업체들이 이 날을 휴무로 하고 있지 않아서 투표를 하려면 개인이 휴가를 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중소 영세 기업체의 경우에는 투표를 하기 위해 휴가를 내기도 쉽지 않다. 일단 일당이 깎이는데다가 회사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고용이 불안한데 자칫하면 회사에 찍혀 불이익을(심하면 해고까지)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
교대제와 휴일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유통 서비스업 노동자는 회사와 동료의 눈총을 받지 않으려면 선거날 쉰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는 투표를 하려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주소지에서 멀리 떨어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부재자 투표도 어렵다. 투표소 설치도 해주지 않을 뿐더러 부재자 신고와 투표를 위해 적어도 이틀 일당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비정규직과 중소 영세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70-80% 정도이다. 거기서 이것 저것 빼고 아무리 적게 잡아도 6백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투표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16대 국회에 선거일을 유급휴가로 하기 위해 제출된 입법 청원은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선거날 놀러다녀서 투표율이 떨어진다느니 하는 헛소리 하지 말고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이나 만들어라.
투표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형식적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는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기회이다. 그런데도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이 기본권의 행사마저도 제한받고, 차별받고 있다.
그러니 선거날은 제발 좀 쉬자.
One Response to [정치] 선거날은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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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도 선거때마다 쉬지 않고 출근을 했었다고 하더군요. 올해는 쉬자고 계속 이야기하고는 있는데 그게 사장맘에 달린 일이라 어케 될지…
제발 선거때는 좀 쉬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