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을 올린다고~?
7월부터 담배값을 500원씩 올린다고 한다. 흡연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흡연의 여러가지 폐해는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반대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찬반 의견을 살펴보고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우선 보건복지부에서 밝힌 담배값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정책에 의한 흡연 인구의 감소이다. 담배값을 10% 인상하면 흡연율이 4%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시적으로 흡연율이 내려가지만 다시 회복되었던 선례가 있다. 따라서 가격 정책은 기존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같은 잠재적 흡연자에게 진입 장벽을 높여 장기적으로 흡연 인구를 줄여나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몇 백 원, 몇 천 원 올린다고 진입 장벽이 얼마나 높아질까? 가격 정책의 비슷한 예로 미국의 마약 정책을 들 수 있다. 교양 경제학을 배운 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맨큐의 경제학"에 나오는 얘기다. 여기서도 진입 장벽 얘기가 나온다. 마약의 유통을 최대한 억제하여 가격을 높인다는거다. 미국의 마약 정책의 성과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이 들지만 그건 여러 가지 외부 효과의 영향이라 치자. 그렇더라도 금지 품목인 마약과 달리 담배는 진입 장벽을 형성할만한 가격대를 만들기 어렵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의 다섯 배 쯤 올리면 그럭저럭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담배값 인상으로 마련된 재원으로 (간접) 흡연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와 금연 사업에 쓴다는 계획도 있다. 이 계획 자체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편이다. 어쨌거나 피해 사실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인지상정…;; 문제는 현재 우리 나라 담배 가격이 낮다고 하지만 GDP 대비 가격이나 담배값에 포함된 세금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된 세금은 건강부담금이 아니라 담배소비세와 교육세이다. 게다가 현재의 500원 인상안도 정부 부처끼리 사용처를 두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세금에는 부의 재분배 기능이 있고, 지금처럼 빈부격차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간접세 비율을 줄이고 직접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값에 건강부담금이 아니라 또다른 간접세를 포함시키려는 시도에는 명백히 반대한다.
하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그 자체로 악이기 때문에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 어째서 담배가 악이냐? ㅡㅡ;; 몸에 해롭기 때문에? 보모 국가인가? 그러는 사람들은 심산유곡에 들어앉아 유기농 야채만 먹고 자연의 정기를 흡수하면서 살아가나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 흡연에 의한 피해가 크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고 흡연자들의 각성과 책임이 필요하지만… 위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의하면 흡연권은 권리가 아니라고 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권리는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참… 순진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을 부여받아 그 안에서 결코 나오지 않는 괴팍한 사회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회라면 권리의 충돌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럴 경우 어느 한 쪽, 또는 양 쪽 모두의 권리를 제한하는 형식으로 해결을 꾀하게 되지만 ‘모 아니면 도’식으로 한 쪽의 권리를 모조리 부정하지는 않는다.
쓰다보니 담배값 인상에 굉장히 부정적인… 아무래도 내가 흡연자다보니 찬성 의견을 주로 씹게 되는데… 하지만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무턱대고 담배값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더이상 간접 흡연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금연 구역을 확대하고 그와 확실하게 분리된 흡연 구역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흡연 구역이 아닌 곳, 특히 공공 장소 흡연 따위에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금연 표지판 밑에 재떨이 갖다놓는 짓거리 하지 말고 말이지. 청소년 흡연이 문제가 된다면 미성년자에게 판매 금지해 놓고 공공 장소에 자판기 갖다놓는 짓만 그만둬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게다.(결국 지금 있는 제도만 ‘제대로’ 시행해도 부정적인 면은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담배값에 포함된 교육세, 소비세 따위의 간접세를 폐지, 축소하고(물론 담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부족한 재원을 직접세로 충당해야 한다.
뭐, 그렇게만 한다면야 건강부담금 천 원이 아니라 이천 원 쯤 부과한대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보건복지부도 흡연자들 2등 국민 만들어 세금 갈라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좀 건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4 Responses to 담배값을 올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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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으로 흡연율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지만, 그 올라가는 폭은 내려가기 이전만 못한 것으로 압니다. 가격 인상하면 흡연율 내려가는 거 어쨌든 사실입니다.
그리고 간접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 중에 흡연권이 권리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 별로 없는 걸로 압니다만. 님 글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의 이상한 주장을 확대해서 상당수 비흡연자들을 개념없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군요.
까놓고 말해 금연/흡연 구역 거의 다 잘 완비되어 있는데 흡연자들이 그거 안 지켜서 생기는 문제들이죠 전부.
땅바닥의 담뱃재 보면 담배피는 놈들 죽기 직전까지 쥐어패버리고 싶습니다.
Kansas님도 흡연자들 싸잡아서 말하는 건 마찬가지네요.
흡연구역이 어디에 그렇게 잘 완비되어 있던가요?
그리고 남의 블로그에 와서 글을 쓸 땐 예의 좀 지키시지요. 글 일부만 똑 떼어내서 비난하지 마시고요.
전체 흡연자가 공공의 적인양 흡연자에 대한 적대감을 자랑스럽게 써대는 사람을 보면 손모가지를 뿌러뜨리고 싶습니다.
가격 정책이 흡연율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그 밑에 언급한 부작용 내지는 부담으로 보아 무턱대로 강행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보다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흡연을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발상의 문제를 들 수 있겠습니다만…
둘째로 지적하신 부분은 좀 오해를 하신 것 같네요. 다시 보니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제가 '위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쓴 것은 '간접 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담배는 그 자체로 악이기 때문에….' 부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자주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흡연자들이 금연 구역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금연/흡연 구역이 거의 완비되어 있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금연 구역이란 '여기는 금연'이라고 선언한 장소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니 맘대로…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버젓이 재떨이 갖다놓은 곳도 있습니다. 흡연자들을 유도할만한 장치도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잘 관리하지도 않죠. 특정 지역 일대를 금연으로 지정하여 흡연자의 권리를 전면적으로 박탈하고(경우에 따라 일탈을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간접 흡연의 피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재보다 더 효과적이고 양자 모두에게 좋은 방식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를테면 연면적 몇 평 이상 건물을 전면 금연으로 지정했다면 그 안에 간접 흡연의 피해가 미치지 않고 접근이 용이한 흡연실 정도는 몇 군데 만들어 주고, 그것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무거운 벌칙을 적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죽기 직전까지 쥐어패는 방식보다는 말이죠…;;
유안//아..아니…흥분하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