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 안건 상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 법안이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민주노총에서는 철회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노동부 차관이 정작 당사자들인 비정규직들은 이 법안에 찬성하는데 노조 지도부가 분위기 파악 못하고 헛짓거리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관제 데모 나가본 경험밖에 없어서 파업하면 누가 일당이라도 쳐 주는 줄 아나 보다.

관련 기사 – “노조 지도부, 개별 노동자 의견 대변못해”

이 사람들 헛소리 하는게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조찬 간담회였다고 하니 잠이 덜 깨서 그랬다보다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근거랍시고 들이대는 것이 있으니 그냥 넘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다.

이 노동부 차관이란 분이 근거랍시고 들이대는 것은 지난 10월 노동부가 파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인데, 이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야바위도 이런 야바위가 없다.

야바위설문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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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파견법 개정(안) 전반에 대한 의견

: 파견대상확대, 파견기간 연장,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시정, 불법파견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및 사용업체의 직접 고용 의무 부과하고 단속 강화

전적으로 찬성 대체로 찬성 대체로 반대 전적으로 반대
197(27.3%) 419(58.1%) 72(10.0%) 33(4.6%)

 

바로 이 결과를 얘기하는 것이다. 결과만 보면 정말 정부의 법안이 굉장히 훌륭한 법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법안의 실제 내용을 잘 모르는 노동자들에게, 지금껏 계속해서 내용 설명 없이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라 선전해 오던 것에 대해 물어보면 누가 반대한다고 하겠는가.

계속해서 개별 항목에 대한 설문 결과를 보자.

파견기간 연장(2년→3년) 및 휴지기간 도입

: 파견기간은 현행 최장 2년(교체사용 가능)에서 최장 3년으로 변경하고, 파견기간 종료후 일정기간 파견근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휴지기간(3개월) 설정

전적으로 찬성 대체로 찬성 대체로 반대 전적으로 반대
126(17.5%) 276(38.3%) 198(27.4%) 121(16.8%)

 

노동부의 주장은 파견 기간을 연장하면 3년까지는 고용이 보장되니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헛소리다. ‘최장’ 3년이지 6개월로 하든 3년으로 하든 사용자 맘대로다. 게다가 3개월의 휴지 기간을 두는 조항 역시 노동부가 제출한 또다른 법안인 기간제법(단기 계약직 노동자 사용을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한 법률)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진다.

즉, 이 법들에 의하면 한 사람의 노동자가 ‘파견 노동자 3년 – 계약직 노동자 3개월 – 다시 파견 노동자 3년’ 하는 식으로 평생 비정규직으로만 일할 수 있는 것이다.

파견대상업무 확대 및 불합리한 차별금지 도입

: 파견대상의 업무를 현행 26개에서 금지업무를 제외한 전업무(제조업은 일시적 업무에 한정사용 : 현행법과 변동사항 없음)로 확대하고 불합리한 차별 금지 및 시정

전적으로 찬성 대체로 찬성 대체로 반대 전적으로 반대
153(21.4%) 384(53.6%) 121(16.9%) 58(8.1%)

 

이걸 보고 파견 노동자들이 파견 업무를 전면 확대한다는 것을 찬성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 순진한거다. 어차피 지금 파견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에게야 대상 업무가 확대되든 말든 별 관심이 없었을테고, “차별 금지”라는 말만 눈에 확 들어왔을게다.

그러나 이것도 실효성 전무한 립 서비스일 뿐이다. 실제로 노동부는 법안 해설을 통해 ‘불합리한’의 의미를 매우 좁게 해석할 것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부서와 업무를 분리하여 “합법적 차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파견기간 초과(2년→3년) 사용시 고용의제에서 직접고용 의무부과

: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이상 사용시 고용의제(불법파견 적용여부 미명시)하는 현행 방식에서 3년이상 사용시(휴지기간 3월적용) 직접고용 의무부과(불법파견시에도 적용됨을 명시)하고, 위반시 과태료(3,000만원)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

전적으로 찬성 대체로 찬성 대체로 반대 전적으로 반대
217(30.2%) 374(52.0%) 189(12.4%) 39(5.4%)

 

자, 이것이 바로 저들이 순진한 노동자들을 속여먹는 방식이다. 전문적인 법 지식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듣기에는 ‘의제(간주)’라는 말보다 ‘의무’라는 말이 더욱 강한 규정인 것 같다. 어기면 과태료가 삼천만 원이나 된다니 더욱 좋아지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고용 의제라는 것은 파견 기간이 넘어도 계속 근무할 경우 별다른 절차 없이도 정규직으로서의 권리가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의무 조항 아래서는 별도의 근로 계약을 맺지 않는 이상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있게 된다.

과태료 역시 ‘최고’ 삼천만 원이라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임금 체불, 부당 해고의 벌금이 최고 이천만 원, 삼천만 원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실제로 부과되는 액수는 기껏해야 수십만 원을 넘지 않는 것을 볼 때 실효가 없을 것이 명백하다.(이건 검찰의 노동 관련 사건 담당 부서가 ‘공안부’인 것과 관계있는 것 같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대신 벌금 몇 푼 내고 잘라버리는 행태가 계속될 것이다. 현재도 많은 노동 사건이 이런 식으로 무마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노동법을 전공한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런 야바위에 놀아나지 않고 사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지네들 편할 때만 정체도 불분명한 ‘전문가’ 들먹이고 불리할 때는 그냥 싹 무시하지?

관련 기사 – 노동법 교수 80% 파견확대 반대

이 법안의 핵심은 ‘파견 확대’이다.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되고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해당 업종의 모든 노동자들이 싸그리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비록 몇명 업종을 금지한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파견이 금지된 업종에 위장 도급, 불법 파견이 판을 치고 있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는 금지한다고 해도 ‘직접 생산’에 대한 해석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분쟁이 생길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뒤집어쓰게 될 것이 뻔하다.

결국 ‘차별 금지’는 공문구일 뿐이고, 이 법안을 통해 의도하는 것은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 기간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여 더 싼 임금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비정규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얘기이다.

정부가 정말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파견법부터 전면 폐지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 것이다. 불법 파견과 부당한 계약 해지가 횡행해도 손 놓고 멀거니 있다가, ‘불합리한 차별 금지’라는 형식적인 문구만을 끼워넣어 파견 업종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지금도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모든 노동자들을 같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하긴,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되면 차별은 확실히 없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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