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키보드들

이번엔 키보드에 대해 써보죠. 내 인생의 마우스에서 키보드가 주된 입력장치라고 했지만 사실 컴퓨터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중에서 가장 신경쓰지 않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덤으로 따라오는 몇천원 짜리 멤브레인 방식만 써오다 보니 키보드가 좋아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하며 비싼 키보드를 쓸 바에야 다른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 했던가요?
어쩌다 몇 번 기회가 생겨 좋은 키보드로 작업하게 되어보니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어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래도 타이핑을 그리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뜻 많은 돈을 투자해 키보드를 살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관심을 끌게 된 것이 무선 키보드.
네, 저는 어떤 기기든 무선으로 작동하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무선은 남자의 로망이니까요.(아닌가?^^;;)

Microsoft Wireless Optical Pro Natural

Microsoft Wireless Optical Pro Natural

MS 무선 키보드입니다. 발매되자마자 사버렸죠. 내츄럴 키보드라 좀 망설였지만 생각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세트로 샀던 마우스와 달리 꽤 괜찮은 키보드였습니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이겠죠? 평면이 아니라 유선형을 이루며 볼록 튀어나온 모양 덕분에 내츄럴임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손목에 부담도 가지 않는 디자인입니다. 게다가 멤브레인 방식임에도 타자할 때의 손맛도 좋은 편이더군요.

단점은 우선 너무 크다는 것. 손목받침대와 멀티미디어 버튼까지 있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보통의 키보드보다 상당히 큽니다. 높이도 상당합니다. 서랍형 받침대가 좁아 들어가지 않아 새로 구멍을 뚫어 서랍을 끼워넣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멀티미디어 버튼들… 이거 왜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별로 편한 것 같지도 않고 윈도우에서나 응용프로그램에서나 단축키를 애용하기 때문에 거의 쓰질 않게 되더군요.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만족스런 수준이었기 때문에 굳이 더 좋은 것을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마우스를 바꾸는 김에 키보드도 새로운 것을 써보고 싶어져서 로지텍에서 나온 신제품을 샀습니다…만…;;

Logitech diNovo Cordless Keyboard

Logitech diNovo Cordless Keyboard

솔직히 실수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Ultra Flat이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만 노트북 키보드1같은 것이었습니다. 으으…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저는 노트북 키보드 같이 타이핑할 때 눌리는 느낌이 거의 없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좋은 점이라면 쓸데없는 멀티미디어 버튼이 별로 없고 숫자 패드와 분리되어 있어서 크기가 작다는 점을 들 수 있네요. 숫자 패드는 별도로 전원을 껐다 켰다 할 수 있고 LCD 창이 달려 있어서 계산기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트북 키보드…;;
뭐, 집에서 타이핑 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럭저럭 쓰고는 있습니다.

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결국 타이핑용으로 HHK Professional을 따로 구입했습니다. 이건 ‘질렀다’고 해야할 만큼 엄청나게 비쌉니다. 공동구매였음에도 이십만 원이 넘어가더군요.;;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품질은 뭐 만족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써 본 키보드 중 손맛이 가장 좋습니다. 기계식도 아니고 ‘정전 용량 무접점 방식’2이라고 하는데, 뭐 가볍게 눌러도 입력이 된다는 것 같습니다. 손가락도 훨씬 덜 피곤한데다가, 소리도 아주 경쾌해서 기분좋게 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A4 용지를 세로로 반 접은 정도의 크기에 키를 몰아넣었기 때문에 키 배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좀 헤맸습니다만, 일단 손에 익으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크기가 작기 때문에 휴대성이 뛰어나서 들고다니면서 집과 사무실 양쪽에서 쓰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무선은 아니고 USB 방식입니다. 무선이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1. 펜타그래프 방식 []
  2. 일반적인 키보드가 키와 기판의 전극이 접촉하는 것으로 입력 신호를 보내는데 비해, 전극의 접촉 없이 전류를 발생시켜 입력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는 키보드로 토프레 리얼포스 시리즈가 유명하다. []

내 인생의 마우스들

흔히 ‘내 인생의…’로 시작하는 글이 인생에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커다란 전환의 계기가 된 어떤 것을 소개하지만, 이 글은 제목의 거창함과 달리 그냥 간단한 사용기입니다. 굳이 비슷한 의미를 찾자면 ‘내 지름 인생의 작은 흔적들’ 정도랄까요? 뭐, 간만의 포스팅이다보니 제목이라도 거창하게….^^;;

처음 만져본 컴퓨터가 XT였던가…애플이었던가… 뭐, 그 때부터 이십 년이 넘게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살았지만 마우스를 주된 입력 장치로 사용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네요.

사실 군대가기 전까지는 거의 마우스를 쓰지 않았습니다. 윈도우 95가 나오긴 했지만 도스가 일반적이었던 시절이었죠. 워드 프로세서를 이용한 문서 작성이 컴퓨터 작업의 대부분이었고, 통신도 주로 텍스트 기반으로 이루어졌기에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고 빨랐습니다. 지금도 저는 문서 작업을 할 때는 마우스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1998년에 제대하고 복학하니 당장 컴퓨터가 필요해져서 급히 산 것이 당시 컴퓨터 보급률을 높인답시고 정부 지원으로 팔던 인터넷 컴퓨터였습니다. 막 제대해서 별 정보도 없고 귀찮기도 해서 샀지만 나중엔 좀 후회했었죠. 알고보니 별로 싼 것도 아니더군요.;;

OS도 윈도우이고 통신도 VT 모드가 사양길로 접어들어 그래픽 기반의 웹브라우저를 통한 접근이 주종을 이루게 되어 마우스를 쓰지 않고서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더군요. 아무튼 거기 딸려온 것이 위의 사진에 있는 것 같은 휠도 없는 볼마우스였습니다.

이걸 쓰면서 비로소 좋은 마우스의 중요함을 깨달았죠. 키보드야 타자기부터 시작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웬만큼 싸구려라 할지라도 참고 쓸만했지만, 마우스는 그게 아니더라구요. 영 손에 맞질 않아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다 잘 움직여주지도 않고 손목이 너무 아프더군요.

Microsoft Wheel Mouse Serial PS/2 Compatible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친구에게 중고로 산 놈이 옆의 마이크로소프트 휠마우스였습니다.

상당히 좋은 마우스였습니다. 지금도 제게는 명품으로 기억되는 놈이죠. 전에 쓰던 마우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손이 편해지더군요.

볼마우스이지만 잘 움직여주고, 약간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휠이 아주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요즘 나오는 마우스들은 휠이 너무 가벼워서 불만입니다.

이 마우스로는 디아블로2를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네요. ^^;

지금은 사무실 동료의 컴퓨터에서 여전히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Microsoft Wireless Optical Mouse

 

그 다음으로 사용한 것이 옆의 무선 마우스. 무선이라는 말에 혹해서 키보드와 세트로 당시 십만 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구입했죠. 무선 제품이 처음 등장할 때였고, 전에 쓰던 마우스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가 생기기도 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만 결과는 대실망.;;

무선이라는 것 말고는 장점을 찾기가 힘든 마우스였습니다. AA 건전지 두 개를 사용하는데 효율이 상당히 나쁘고, 배터리 잔량이 낮을 때 오작동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게다가 수신이 잘 되지 않는건지 아니면 드라이버가 불안정한건지 포인터가 튕기는 일이 너무 잦아서 굉장히 짜증스러웠습니다. 압권은 휠인데 이 놈은 너무 가볍다는 차원을 넘어 몇 개월 안 가 헛돌기까지 하더군요. 과장을 좀 보태면 웹 서핑을 한참 하고 나면 검지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였죠.;;

Logitech MX1000 Laser Cordless Mouse와 Logitech Cordless Optical Mouse for Notebooks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위의 두 개. MX1000은 집에서, 다른 것은 사무실에서 쓰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것은 원래 키보드와 세트로 있던 것인데 사무실 책상이 좁아 무선이라는 것 하나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수신기도 엄지손가락만하고 전용 주머니도 있어 가지고 다니면서 쓰기 좋습니다. 이름 그대로 딱 노트북용이라는 느낌. 전에 쓰던 마이크로소프트 무선 마우스보다는 그립감도 좋습니다.

 

MX1000은 그야말로 큰 맘 먹고 산 것인데 그럭저럭 만족할 만 합니다. 충전식이라 건전지 갈아끼울 걱정 없어 좋고, 엄지손가락의 내비게이션 버튼과 휠 버튼은 웹 서핑할 때 아주 편합니다. 손에 착 달라붙어 오래 사용해도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레이저 방식이라 바닥을 가리지 않고, 튕기는 일도 없습니다. 틸트 휠이나 버튼별로 기능을 달리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르겠네요.

다만 휠 클릭이 확대/축소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고, 설정을 일반적인 마우스와 같이 바꿔도 프로그램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좀 불편했습니다만 업데이트된 드라이버에서는 해결이 되었군요. 다른 단점으로는 내구성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제가 물건을 좀 험하게 쓰는 편이긴 하지만, 몇 달 쓰지 않았는데도 벌써 버튼이 흔들흔들 하네요.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싸게 주고 샀는데 벌써 이러면 속상하지요.

아무래도 마우스는 컴퓨터를 쓸 때 몸에 가장 오래, 그리고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것이 나온다면 지갑이 허락하는 한 주저없이 바꾸지 않을까 싶네요.

만사가 귀찮아.

무슨 일에도 의욕이 생기질 않네요.
일도 안 되고 다른 것에 관심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시간만 보대고 있습니다. 어쩐지 붕 떠 있는 나날이군요.
블로그도 몇 개월째 방치하고 있지만 사실 글을 안 쓰진 않았답니다. 간간이 떠오른 생각들을 간단하게 적어놓고 나중에 좀 고쳐서 올리려고 했는데, 그도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귀찮아져서…. 태터 1.0이 나오면 몰아서 해야지 하는 핑계로 위안을 삼고 있었습니다만…;;

간만의 포스팅이 그저 넋두리가 되어버렸네요.
더이상 의욕을 잃어버리기 전에 블로그라도 좀 신경써서 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