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2006. 3.10~11
우리나라 농촌 어디를 가나 고달프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의 이마에는 미군기지라는 주름이 한 줄 더 새겨져 있다.
일제 시대 처음 군용 비행장이 들어서고, 해방 후 미군에 의해 강제로 쫒겨나 척박한 간척지를 일궈 겨우 터를 잡았다. 그런데 이제 기지를 더 넓힌다고 한다. 삼백만 평 쯤 내놓으라고 한다. 다시 쫓겨나게 생겼다. 억장이 무너진다.
지금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주한미군 재편은 대북 전쟁 억지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 대북 전쟁 억지력은 한국군에게 전담시키고 동두천, 용산에 있는 주한 미군을 후방인 평택으로 집결시켜 미국의 동북아 군사 전략을 위한 기지로 만들기 위한 재편이라는 것이다. 3월 10일 대추리를 방문한 국방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의 말이다.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저지르고 있는 패악에 반대하고 주한미군의 숱한 만행에 치를 떨지만 딱히 스스로를 ‘반미’라 규정하지는 않는다. ‘미국을 반대한다’라니 문법적으로도 이상한 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대추리와 같은 경우를 보면 ‘반미’하고픈 심정이 이해가 갈 듯도 하다.
다른 것들을 다 접어두더라도 남의 나라 군대를 위한 기지 확장에 당장 피해를 보게 되는 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떠냐고 물어본 적도 한 번 없다.
며칠 전 대추 초등학교에 대한 국방부의 강제집행 시도가 한 차례 있었다. 앞으로 농지를 철조망으로 둘러싸 강제 수용한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대추리에는 지금 싸늘한 긴장감이 맴도는 듯 한다.
농민들의 땅을 미국에게 무상으로 조건없이 넘겨주고 국민 세금으로 기지 건설을 해주려 전경 십여 개 중대를 동원하는 정부.
이에 비해 대추리 주민들의 요구는 굉장히 소박하다.
‘그냥 먹고살게 좀 냅둬줘.’
대체 국가는 무엇을 위해 있는 걸까?
적어도 ‘국민을 위해’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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