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권영주 옮김, "삼월은 붉은 구렁을", 북폴리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쓰게 되었을 때, 우선은 “바깥쪽” 이야기 네 편과 ‘안쪽’ 이야기 네 편을 생각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4부작 소설을 둘러싼 이야기니까, ‘안쪽’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안 되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부터 쓰고 싶었던 진짜 소설의 줄거리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자, 그렇다면 “바깥쪽”은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어느 정도 ‘안쪽’ 4부작과 오버랩되도록 하자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대로 겹치기만 해서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고민했다.
- “삼월은 붉은 구렁을” 제4장 회전목마 중에서
작중에 나온대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바깥쪽”과 ‘안쪽’의 이야기가 대응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1장에서 ‘안쪽’《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대략적인 내용과 구성이 나오는데, 이것을 “바깥쪽”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구성과 대응시켜 보면 아래와 같다.
흑(黑)과 다(茶)의 환상 – 바람의 이야기 : 기다리는 사람들
겨울 호수 – 밤의 이야기 : 이즈모 야상곡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 피의 이야기 :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새피리 – 시간의 이야기 : 회전목마
3장까지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과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를 제외하면 각각 독립적이고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이다. 게다가 각 장에 나오는《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동일한 책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소재만 같을 뿐 사실 별개의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4장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전체를 아우르며 장편 소설로서의 면모를 갖추려 시도하고 있다.
어떤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날실. 그리고 어떤 책 한 권의 운명(물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다)이 씨실. 이 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나’의 의식이 마지막에 가서 지금까지 쓴 세 장 전체(물론 “바깥쪽”이다)를 감싸는 구성으로 만들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독립된 미스터리처럼 보이게 하면서 지금까지 쓴 부분을 삼켜버리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삼월은 붉은 구렁을” 제4장 회전목마 중에서
각 장을 따로 놓고 보면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이야기이고, 실제로 꽤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4장을 읽으면서 전체적인 모양새를 머리 속에 구축하려고 시도하다 보면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4장에서는 두 세 가지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양새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식의 구성은 흥미로운 시도이긴 하지만 반드시 필요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내 머리가 나쁜 건지 4장에서 전체를 아우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릴 수 있지만, 이게 어떤 식으로 아우르게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재가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억지로 하나로 모으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흑(黑)과 다(茶)의 환상”, “황혼녘 백합의 뼈”라는 연작 소설이 있다고 하니, 그것들을 읽으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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