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애니메이션 몇 개 짧은 감상

몇 년 만에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가끔 나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말고는 흥미를 끄는 것이 없어서 거의 신경 끄고 있었는데, 주말에 시간이 비어서 요즘은 어떤 것들을 하는지 한 번 찾아봤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이 낮아진건지 눈이 높아진건지 대체로 맘에 안 차더군요. 아니, 애초에 대단하다고 하는 작품들만 가끔씩 골라 보는 인간이라 그럴지도…….

철완 버디 DECODE(鐵腕 バーディー DECODE)

 

유키 마사미 원작의 동명 만화를 재미있게 읽은터라 꽤 기대를 했지만 3화만에 포기.
버디가 지구에서 돈을 벌기 위해 모델을 한다는 쓰잘데기 없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원작과 미묘하게 다른 점은 차별화를 위해서라고 한다 치더라도, 밀도있는 진행임에도 심각한 상황을 전혀 심각하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유키 마사미의 독특한 연출과 유머는 사라지고 그냥 맥빠진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액션 연출도 어색하고 작화마저 불안해요.
유키 마사미 원작의 애니메이션화라고 해서 패트레이버를 떠올린게 잘못일까요? ㅡㅡ;

우리집 여우신령님(我が家のお稲荷様)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애니메이션화……라고 하지만 원작은 안 읽어봤습니다.;
미즈치 가문에 봉인되었던 여우 신령이 당대의 당주 형제에 의해 풀려나서 그 형제의 수호신으로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화나 캐릭터는 꽤 맘에 들고 장면 연출과 가끔 나오는 개그도 그럭저럭 재미있습니다만, 이야기가 너무 설렁설렁 진행되는군요. 에피소드 하나 하나는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 볼만하지만 전체를 꿰뚫는 큰 줄거리가 딱히 눈에 띄질 않으니, 다음 화가 기대된다든지 하는 게 전혀 없네요.
완결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끝까지 볼 것 같긴 합니다.

슬레이어즈 Revolution(スレイヤーズ Revolution)

 

1화를 보고 나서 ‘더도 덜도 아닌 딱 슬레이어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예전 시리즈와 직접 비교해 보면 작화나 연출은 요즘 수준에 맞추어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 되었을테지만, 이번 시리즈만 보고 있노라면 90년대부터 쭉 이어서 하던 애니메이션이라고 느껴질 정도네요. 이 정도로 일관되게 만든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 지…….
재미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십여 년 전과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니 아무래도 식상한 느낌이라 끝까지 볼 지는 미지수입니다.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薬師寺涼子の怪奇事件簿)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원작의 라이트 노벨을 애니메이션화한 것입니다.
원작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카키노우치 나루미(垣野内成美)의 캐릭터 디자인도 맘에 들어서 꽤 기대하고 봤습니다만…… 뭐, 이번에 본 것 중에서는 가장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소설 내용과 다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반가웠지만, 이 정도 연출로 여왕 폐하를 형상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랄까요? ^^;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야쿠시지 료코라는 캐릭터에 크게 의존하는만큼 대사나 액션이나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게다가 무로마치 유키코나 키시모토 경부보 같은 소설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조역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고, 다른 조역들은 그야말로 단역 신세가 되어버려서 원작에서 느꼈던 재미가 반감되어 버렸네요. 들리는 바로는 13화 완결로 기획되었다던데, 그래서였을까요?
기왕 만들 바엔 좀 더 예산을 들여 연출도 조금만 더 공들이고 스토리도 보강해서 24화 정도로 만들었으면 상당한 물건이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지금도 꽤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합니다만…… 2기가 나오면 좋겠네요.

[애니메이션] 마이 히메(舞-HiME)

마이 히메(舞-hime)그러고보니 일 년 만에 본 애니네요. 바쁘기도 하고 썩 마음을 끄는 애니가 없었는데, 최근 완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도 좀 난 김에 주말을 틈타 한 번에 다 봤습니다.

느낌은…그럭저럭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다였던 것 같습니다. 작화도 연출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 구조가 너무 허술하네요. 좀 진부한 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져서 어쩐지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주인공의 인물 표현마저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긴 주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히메만 해도 떼로 나오니…;;

조만간 2기를 제작한다고 합니다만 크게 기대되지는 않네요.

Matrix Revolutions

연휴를 틈타(?) – 무려 DVD로 – 본 영화.

2편이 상당히 짜증스러웠던 기억에 그냥 미뤄두고 있다가, 그래도 끝은 봐야지 하는 맘으로 봤지만… 인상에 남은 것은 영화가 아니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安德森先生, 歡迎回來.” ;;

이거 비슷한 거 몇 개 알고 있다.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영화 자체도 오락성과 완성도 양 쪽으로 꽤나 볼만했고 –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나름대로 사회적, 철학적 상징과 은유를 품고 있기도 했다. 1편은…;; (이건 여담인데, 에일리언이 자본의 자기증식성을 상징한다는 말은 참 그럴 듯 했다.;;)

그러나 후속편은, 흥행에 성공하기는 하였으되 특수 효과 떡칠의 평범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전락해 버렸다.

매트릭스가 딱 그 짝이다. 2편에서 욕을 많이 먹었는지 네오의 보기 민망한 무협씬은 좀 줄었지만, 대신 CG 떡칠로 구태의연한 이야기 구조를 메꾸고 있다. 1편의 신드롬을 유발한 철학적 상상력들에 대해서는 없던 일로 하긴 쑥스러우니 대충 얼버무리듯 슬쩍 끼워넣은… 뭐, 일단 시작을 했으니 끝을 내긴 해야겠지. ^^;;

어째 요즘 골라잡는 것마다 이 모양인지…ㅡㅡ;;
반지의 제왕은 조금 기대해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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