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도 고달픈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한가위가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한가위에도 고달픕니다.
명절상 차리기에도 버거운 최저임금 노동자들, 명절 때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건설 현장의 임금 체불에 고통받는 건설 노동자들…….

그리고 여기 고향에도 내려가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KTX-새마을호 비정규직 승무원 노동자들

사진, 영상: 민중언론 참세상

 

2008년 8월 27일 새벽 5시,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서울역 45m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해고 이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900일/600일을 넘게 투쟁하고 있다.

지난 4월 8일 서울고등법원이 2007년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에 이어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에 대한 사용자 지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물론 승무원으로 다시 일하는 거죠.
지나는 빨간색 승무원 유니폼을 볼때마다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불끈불끈 솟아오르고,
이렇게 오래 파업했는데도 KTX 열차가 지나가는 걸 보면
아직 저기가 제 자리 같아요”

-45m 철탑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진행중인 오미선씨와의 지난 인터뷰 中
기사: 민중언론 참세상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

 

영상: EBS 지식채널

사진: 민중언론 참세상
영상 2차 출처: 유튜브

그들이 기나긴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고용을 위해서입니다.

어떤 이는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싸울 시간에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게 낫겠다고.
어찌 생각하면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거리로 나서고, 철탑에 매달리고, 목숨을 건 단식을 하면서
수백일 동안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은
그것이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다고 합니다.
노동유연성과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가입국 가운데 최고입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증가 대비 임금 상승률은 가장 낮습니다.

노동부 통계로 2007년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174만 명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2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들은 이렇게 명확히 드러나 있는 사실들은 전부 무시하고
노동생산성은 낮은데 임금은 높다, 고용이 경직되었으니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정규직화는 불가하고,
파업이라도 하면 집단 이기주의라 매도하고, 불법 딱지를 붙여 잡아 가둡니다.

그래도 그들이 저토록 끈질기게 싸우는 이유는
이런 절망적인 현실을 조금이나마,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바꾸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 하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가위,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내야죠.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 그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KTX 승무지부 블로그 (http://blog.daum.net/ktxcrew)
기륭전자분회 네이버 까페 ( http://cafe.naver.com/kiryung)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을 여러가지로 규정합니다. 어떤 이는 민주-반민주의 대립 구도로 규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개혁-수구의 대립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어떤 동네에서는 친노-반노라고 하기도 한다더군요.;;

어쨌거나 탄핵은 절차상으로는 적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라크 파병이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국민의 의사가 언제든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무시될 수 있는 형식 민주주의 자체의 한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따라서 민주-반민주의 대립 구도를 상정하기에 앞서 ‘어떤 민주주의인가?’가 명확해져야 하겠죠.

개혁-수구의 대립이라면 ‘개혁의 기준’ 또는 ‘개혁의 내용’이 문제가 되겠지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의 이미지가 아닌 실제는 개혁과는 상당히 거리가 멉니다. 저는 이전의 글에서 상황의 핵심으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들었습니다. 개혁의 기준이나 내용 역시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들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반민주 또는 개혁-수구의 전선으로 총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결집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광화문에 모여 촛불들고 탄핵 무효를 외치는 것은 분명히 국민의 분노와 의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의도와 결과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지고,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심판받는다 해도, 그것으로 민중의 고단한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선거에서의 한 표가 모든 정치적 선택을 대신하는 형식 민주주의의 승리와 수구 세력 청산의 반사 이익을 얻을 ‘덜 나쁜 놈들’이 있겠지요. 그것은 어쩌면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친노-반노와 같은 결과일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저 민주-반민주, 수구-개혁의 대립을 규정하고 결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립을 만들어내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민주 수호’, ‘부패정치 척결’을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주의,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보장의 구체적 내용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의도와 결과를 일치시키기 위해, 광화문이 아니라 또다시 울산으로, 명동성당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광화문으로? 울산으로! 서울역으로!

배달호 열사이경해 열사김주익 열사
이해남 열사이용석 열사이현중 열사

두산중공업 배달호 2003.1.9
세원테크 이현중 2003.8.26
농민 이경해 2003.9.11
대한화섬 박동준 2003.9.27
한진중공업 김주익 2003.10.17
세원테크 이해남 2003.10.23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 2003.10.26
한진중공업 곽재규 2003.10.30

뭔지 아시겠지요?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보셨겠지요?
작년 한 해 동안 FTA, 노동 탄압, 비정규직 차별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농민입니다.

어느 언론에서도 진지하게 돌아봐주지 않았습니다.
격렬하고 과격하게 집회를 해야 겨우 눈길을 주더군요.
‘과격 폭력 시위 부활’, ‘화염병 재등장’이라고요…;;

박일수 열사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박일수 2004.2.14
현대중공업 유석상 2004.2.14
현대중공업 유재순 2004.3.9

그리고 2004년 1월 산재로 목숨을 잃은 4명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이틀에 한 명 씩 죽어나가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

여전히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의도 혹은 광화문에 모이시겠지요.
수구 반동을 몰아내고, 부정 부패를 척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 땅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미 빼앗긴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을 수는 없습니다.
농민의 한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서민의 억울함을 풀 수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오늘 울산으로, 내일 서울역으로 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영정을 모두 구하지 못해 일부만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