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면 17대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것이다.
진보 정당의 원내 진출은 누가 뭐래도 역사적인 사건이고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이후 {ko:민주노동당}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스러움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힘은 의석수가 아니라 노동자, 농민, 서민의 삶과 그것에 밀착된 정책과 활동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거침없이 ‘삶’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경실련과 KBS에서 제공하는 정당 선택 도우미를 보고 솔직히 ‘사람을 바보로 아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당들은 상식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엔 상당히 난감하다.
더 큰 문제점은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을 정당 정치의 틀 내에 제한시킨다는 것이다.
그래도 선택은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자칫 정치적 실천의 영역마저도 대폭 협소화시켜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경찰 집계로만 광화문에 5만이 모였다고 합니다. 분명히 훨씬 더 모였겠지요. 전국에서 집회가 열렸다고도 합니다. 썩어빠진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울산에서는 전국에서 몇 시간을 달려와 모인 1만 명의 노동자들이, 한 노동자가 비정규직도 인간이라고 외치며 죽어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습니다.
뉴스에서는 한 마디의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상황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탄핵 무효? 부패 정치 척결? 썩은 정치 심판? 그 역시 중요하겠지만 핵심은 아닙니다.
핵심은 바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입니다.
다시 한 번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수구 반동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물론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정치권은 처절하게 응징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노무현 살리기’, ‘탄핵안 철회’, ‘덜 나쁜놈 밀어주기’에는 관심이 없다. 이번 사태의 결과가 열린우리당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이어질까 두렵기까지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중의 삶을 돌아보지 않고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이며, 요구해야 할 것은 저들이 무시하고 돌아보지 않았던, 지금도 졸린 눈을 부비며 잔업, 특근을 뛰고 있는 노동자와, 황량한 들판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농민과,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생존권일 것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부패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통해 당선되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런 한에서 그가 한나라당 같은 수구 반동에 의해 끌려내려 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탄핵안 가결은 국민의 손에 의해 뽑힌 국회의원들에 의해 일단은 나름의 법적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 이것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국민을 현실 정치로부터 괴리시키는 현재의 정치, 사회적 구조의 치명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결국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 역시 국민들의 정치적 실천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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