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우스들

흔히 ‘내 인생의…’로 시작하는 글이 인생에 방향을 제시해주거나 커다란 전환의 계기가 된 어떤 것을 소개하지만, 이 글은 제목의 거창함과 달리 그냥 간단한 사용기입니다. 굳이 비슷한 의미를 찾자면 ‘내 지름 인생의 작은 흔적들’ 정도랄까요? 뭐, 간만의 포스팅이다보니 제목이라도 거창하게….^^;;

처음 만져본 컴퓨터가 XT였던가…애플이었던가… 뭐, 그 때부터 이십 년이 넘게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살았지만 마우스를 주된 입력 장치로 사용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네요.

사실 군대가기 전까지는 거의 마우스를 쓰지 않았습니다. 윈도우 95가 나오긴 했지만 도스가 일반적이었던 시절이었죠. 워드 프로세서를 이용한 문서 작성이 컴퓨터 작업의 대부분이었고, 통신도 주로 텍스트 기반으로 이루어졌기에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고 빨랐습니다. 지금도 저는 문서 작업을 할 때는 마우스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1998년에 제대하고 복학하니 당장 컴퓨터가 필요해져서 급히 산 것이 당시 컴퓨터 보급률을 높인답시고 정부 지원으로 팔던 인터넷 컴퓨터였습니다. 막 제대해서 별 정보도 없고 귀찮기도 해서 샀지만 나중엔 좀 후회했었죠. 알고보니 별로 싼 것도 아니더군요.;;

OS도 윈도우이고 통신도 VT 모드가 사양길로 접어들어 그래픽 기반의 웹브라우저를 통한 접근이 주종을 이루게 되어 마우스를 쓰지 않고서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더군요. 아무튼 거기 딸려온 것이 위의 사진에 있는 것 같은 휠도 없는 볼마우스였습니다.

이걸 쓰면서 비로소 좋은 마우스의 중요함을 깨달았죠. 키보드야 타자기부터 시작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웬만큼 싸구려라 할지라도 참고 쓸만했지만, 마우스는 그게 아니더라구요. 영 손에 맞질 않아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다 잘 움직여주지도 않고 손목이 너무 아프더군요.

Microsoft Wheel Mouse Serial PS/2 Compatible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친구에게 중고로 산 놈이 옆의 마이크로소프트 휠마우스였습니다.

상당히 좋은 마우스였습니다. 지금도 제게는 명품으로 기억되는 놈이죠. 전에 쓰던 마우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손이 편해지더군요.

볼마우스이지만 잘 움직여주고, 약간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휠이 아주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요즘 나오는 마우스들은 휠이 너무 가벼워서 불만입니다.

이 마우스로는 디아블로2를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네요. ^^;

지금은 사무실 동료의 컴퓨터에서 여전히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Microsoft Wireless Optical Mouse

 

그 다음으로 사용한 것이 옆의 무선 마우스. 무선이라는 말에 혹해서 키보드와 세트로 당시 십만 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구입했죠. 무선 제품이 처음 등장할 때였고, 전에 쓰던 마우스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가 생기기도 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만 결과는 대실망.;;

무선이라는 것 말고는 장점을 찾기가 힘든 마우스였습니다. AA 건전지 두 개를 사용하는데 효율이 상당히 나쁘고, 배터리 잔량이 낮을 때 오작동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게다가 수신이 잘 되지 않는건지 아니면 드라이버가 불안정한건지 포인터가 튕기는 일이 너무 잦아서 굉장히 짜증스러웠습니다. 압권은 휠인데 이 놈은 너무 가볍다는 차원을 넘어 몇 개월 안 가 헛돌기까지 하더군요. 과장을 좀 보태면 웹 서핑을 한참 하고 나면 검지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였죠.;;

Logitech MX1000 Laser Cordless Mouse와 Logitech Cordless Optical Mouse for Notebooks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위의 두 개. MX1000은 집에서, 다른 것은 사무실에서 쓰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것은 원래 키보드와 세트로 있던 것인데 사무실 책상이 좁아 무선이라는 것 하나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수신기도 엄지손가락만하고 전용 주머니도 있어 가지고 다니면서 쓰기 좋습니다. 이름 그대로 딱 노트북용이라는 느낌. 전에 쓰던 마이크로소프트 무선 마우스보다는 그립감도 좋습니다.

 

MX1000은 그야말로 큰 맘 먹고 산 것인데 그럭저럭 만족할 만 합니다. 충전식이라 건전지 갈아끼울 걱정 없어 좋고, 엄지손가락의 내비게이션 버튼과 휠 버튼은 웹 서핑할 때 아주 편합니다. 손에 착 달라붙어 오래 사용해도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레이저 방식이라 바닥을 가리지 않고, 튕기는 일도 없습니다. 틸트 휠이나 버튼별로 기능을 달리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르겠네요.

다만 휠 클릭이 확대/축소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고, 설정을 일반적인 마우스와 같이 바꿔도 프로그램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좀 불편했습니다만 업데이트된 드라이버에서는 해결이 되었군요. 다른 단점으로는 내구성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제가 물건을 좀 험하게 쓰는 편이긴 하지만, 몇 달 쓰지 않았는데도 벌써 버튼이 흔들흔들 하네요.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싸게 주고 샀는데 벌써 이러면 속상하지요.

아무래도 마우스는 컴퓨터를 쓸 때 몸에 가장 오래, 그리고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것이 나온다면 지갑이 허락하는 한 주저없이 바꾸지 않을까 싶네요.